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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중용을 찾아가는 과정

splsky 2023. 2. 2. 01:29

독서는 중용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중용'이라는 말의 뜻을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비유를 통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자, 우리의 생각은 그 작동 원리가 진자의 움직임과 똑같다. 독자는 책을 통해 저자의 이런저런 생각을 접한다. 그리고 개중에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저자들도 있다. 하지만 인내심과 끈기를 갖고 한 권 내내 해당 저자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다보면 그 저자가 왜 그런 식으로 주장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일단 종이책으로 출판되었다는 것은 저자의 주장이 완벽한 개소리는 아니란 증거다)

그리고 이때 바로 가만히 정지되어 있었던 우리의 생각 진자(C)가 왼쪽으로 높이(A) 올라간다. 독서 전에는 C 근처에서 아주 작은 폭으로 움찔거리기만 할 뿐이었던 우리의 생각이 독서를 통한 외부 충격으로 인해 그 진폭이 커진 것이다. 이미 A라는 극단을 맛본 우리에게 B를 주장하는 사람은 꽤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중이며, 그렇게 우리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넓어진다.

다음 책을 찾아나선 독자는 이번에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주장을 접한다. E의 위치까지 생각의 진폭이 확장되는 것이다. 제한적인 범위로 움직이던 생각진자 C가 이제는 A와 E 사이에서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쯤되면 독자는 터닝포인트를 맞이할 확률이 매우 높다. "아니 이 저자는 A가 맞는 말이라며, 그런데 왜 저 저자는 E가 맞다는거야? 도대체 누가 맞다는 거야?"

독자는 헷갈린다. 그리고 동시에 깨닫는다. "아 둘다 맞다는 거구나" 독자는 방금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다. 어쩌면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진리를 깨달았다고 봐도 좋다. 바로 "어느 상황에서나 반드시 지켜져야하는 법칙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상황은 매번 다르다.  독자의 생각진자는 이제 각 상황마다 A와 E 사이를 매우 빠르게 움직이며 올바른 정도의 위치를 선택하고 이로써 독자는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게 된다. A와 E 사이를 매우 빠르게 오가며 적당한 수준에서 정확히 멈추는 진자를 갖게 된 것이다.

중용은 우유부단과는 그 뜻이 다르다. 중용은 항상 C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다. 중용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A와 E라는 범위내에 무수히 많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A를, 때로는 D를, 어쩔때는 B를, 저쩔때는 E를 택하며 유연하게 살아가는 것이다.